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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친환경 여행, 마산에서 거제도까지 카약으로..

호비(Hobie)의 세계/Hobie Mania !

by 요트보트코리아 2011. 6. 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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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원대한 꿈이 하나 있습니다. 작은 카약으로 대마도를 왕복하는 것인데, 그 꿈을 이뤄줄 텐덤 아일랜드 카약을 주문했고 또 대마도를 가기 전에 이번 연휴동안 장거리 성능 테스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전체적인 계획은 4일동안 130km의 거리인 거제도를 완주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부터 자세한 후기를 적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개요

 

전체적인 이동 경로는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마산에서 출발하여 거제도를 동쪽편으로 돌아 거제를 일주하는 것입니다.

 

 

 

 

 

1일차

출발 전날 울뚤레기 형님 집에서 자고, 다음날 새벽에 트레일러 한대에 카약을 싣고 마산의 작은 항으로 왔습니다.

 

 

 

 

여행에 들떠 4시간 자고 왔더니 눈이 퉁퉁 부었습니다. ㅎㅎ

 

 

 

 

 

 

아래의 노란색 호비 텐덤 아일랜드는 울뚤레기 형님이 며칠전에 받은 따뜬 따끈(?)한 신품입니다.

 

 

 

작년 여름에 받았던 국내 1호 텐덤 아일랜드와 전체적으로 달라진 점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아마(아웃리거와 연결하는 봉)의 도색처리가 무광이 되었다는 것.

러더가 빠른 속도에 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리벳팅 터리가 되어있다는 것.

 

그 외에는 변한 것이 없습니다.

 

 

총 2대의 텐덤 아일랜드를 내려서 조립하는데 약 한 시간, 4일동안 여행할 짐을 싣는데 대략 30분이 걸렸습니다.

 

호비 아일랜드 카약의 경우 약 60kg, 텐덤 아일랜드의 경우 98kg의 무게로 차에서 싣고 내리가가 힘이들고, 카약 조립과 해체할 때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합니다. (결국 낚시를 하게 될 경우 물때에 맞춰 빨리 내리고 런칭을 해야 하는데, 아일랜드의 경우 시간을 많이 잡아 먹는다는 걸 의미하고, 일출 시간에 맞춰 런칭하려면 어두운 상태에서 조립을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쉽지가 않지요.)

 

이러한 번거로움은 호비에서 나오는 아일랜드 전용의 트레일러가 있으면 간편하게 해결이 됩니다. 이번 여름에 제가 주문한 트레일러가 도착하면 후기를 상세하게 소개 하도록 하겠습니다.

 

 

엄청난 양의 짐을 싣고 출발 준비 끝!!!

 

 

 

 

 

자세히 보시면 울뚤레기 형님의 카약과 제 카약에 트렘폴린이 다른 것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아일랜드 카약의 경우 양 옆의 날개처럼 보이는 아웃리거를 접을 수 있게 되어 있는데, 트램폴린을 설치하면 물이 덜 튄다는 장점과 물건을 올리거나 사람이 누울 수 있다는 장점을 있지만 방파제에 접안을 할 때 한 쪽을 접기가 힘이 드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제 경우는 한쪽에만 트렘폴린을 다는데요, 그럴 경우 없는 쪽으로는 바닷물이 튈 수 있습니다.

 

 

 

드디어 출발~

 

 

 

 

아래 그림에서 배 그림이 있는 곳이 큰 어선들이 지나다니는 여러 개의 항로가 있는 구역입니다. wave가 있는 곳이 해류와 바람이 굉장히 강했던 곳입니다.

 

 

바람의 방향은 남동풍이라 60도 각도로 크로스 홀더를 하며 역풍을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위 그림은 gps의 로그 데이터를 구글에서 불러온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것 중 하나가 역풍(풍상 방향, 즉 진행 방향에서 불어오는 맞바람)의 경우 세일링이 가능한 것인가인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가능합니다.

 

이에 대한 것은 제가 예전에 링크를 걸었던 세일링 시뮬레이션 글을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사고1.

 

위 그림의 파도 구간을 지나는데, 엄청난 강풍과 파도, 해류로 인해 방향 전환이 전혀 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하게 됩니다. 저는 가까스로 1차 정박지에 배를 대고 원인을 찾으려고 애를 썼지요.

 

결국 원인을 찾지 못하고 다시 배를 띄웠지만 여전히 방향 조종이 전혀 안되는 심각한 상황이 계속 되었지요. 상상해 보십시오.

 

거친 바다위에 떠 있는 작은 카약 주위를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거대한 배들....거기에서 방향 컨트롤이 전혀 안되는 카약 한대..-_-;;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나오는 와중에 냉정을 되찾고, 여러 원인을 분석하다 울뚤레기 형님의 카약은 조종이 잘 되는 걸 보고 혹시나 러더의 문제는 아닐까 싶어 출렁거리는 파도와 강풍 속에서 뒷 자리의 짐을 앞으로 옮기고 뒷자리로 이동하였습니다.

 

 

만세~ |(ㅠ_ㅠ)/

 

뒷자리로 옮기자마자 텐덤 아일랜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람을 가르며 달리기 시작합니다.

 

앞자리에 앉아 있었더니 앞쪽 해치 안에 넣었던 무거운 짐, 세일의 무게, 앞 자리의 내 체중이 더해져 뒷 부분이 살짝 들리게 되었고, 거친 파도와 만나며 러더가 물에 잠기지 않으면서 방향 조종이 되질 않았던 것이지요.

 

여기서 궁금한 것은 왜 텐덤 아일랜드 설계자들은 혼자 탈 경우 앞자리에 타도록 설계를 한 것일까입니다. 제가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앞 자리에 앉은 사람만이 세일을 접을 수 있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연장선을 준비해서 뒷 자리에서도 세일을 접을 수 있게 튜닝했습니다.)

 

 

 

사고2

방향 조종이 되기 시작하자 무서운 파도와 해류, 바람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습니다만....배를 띄운지 한 시간만에 갑자기 배가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카약이 침몰하고 있다고요....(ㅡ0ㅡ;)

 

 

 

거친 파도와 바람을 맞아가며 살기위해 최대한 가까운 해안가에 불시착(?)하게 됩니다.

 

 

뒤 해치를 열어보니... -_-;;;;;;;;;;;;;;;;;;;;;;;;;

 

 

물이 한 가득...

 

카약에 물이 엄청나게 들어와 있었지요..

 

 

살기위해 필사적으로 해안에 정박하느라 돌이 많이 있는 해안에 배를 올렸습니다.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으니까요. 덕분에 카약 바닥에 엄청난 양의 흠집이 나게 되었습니다. ㅜㅜ

 

카약 내에 가득찬 물을 빼내려면 카약 앞쪽을 들어 선미가 아래로 내려가게 해야 하기에 배를 파도의 영향을 안 받게 올리고 싶었으나....

 

물 무게 때문에 배를 들 수가 없군요. OTL

 

 

부랴부랴 모든 짐들을 분리해서 해변에 올리고, 물을 빼기 시작했습니다.

 

 

 

 

물이 다 빠지는 데는 약 한 시간 정도가 걸리더군요. 물을 다 빼고 원인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살펴도 특별히 갈라진 곳이라던지 부서진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을 안고, 다시 출발...

 

 

 

사고3.

 

한시간 만에 또다시 카약에 물이 차기 시작했고, 저는 가까운 방파제에 들어와 물에 폭삭 젖은 물건들을 널어 놓고 카약에 물이 차는 원인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침낭이며 텐트를 비롯하여 모든 물건들이 흠뻑 젖어버렸습니다. 갈아입을 옷 마저도...털썩...

 

 

오랜시간 동안 카약을 분해를 하고 물을 부어보며 원인을 찾던 중 발견한 것이 앞자리의 해치에 고무 패킹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소에 앞자리에 앉아 세일링을 하다보니 앞자리로 물이 들어오지 않았는데, 뒷자리로 옮겨타니 앞의 미라지 구멍으로 엄청난 물이 밀려들어 오고 또 밀려온 물은 패킹이 없어졌던 해치를 통해 카약에 고이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거의 사용한 기억이 없는지라 원래부터 없었는지 제가 타다가 잃어버렸는지 알 수가 없네요. ㅜㅜ)

 

러더에 이어 카약 침수 사건 사고들로 심신이 모두 지쳐버려, 우리는 이 방파제에서 일박을 하기로 결정하게 됩니다. (총 직선 이동거리 약 10km, 실제 이동거리 약 20km)

 

 

 

 

 

 

저녁으로 집에서 가져간 대멸치(엔쵸비)를 넣은 김장김치로 김치찌개를 끓이고, 베이컨을 구워 막걸리와 소주를 마시며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원래 목표 장소인 40km 중 1/4도 못 채운 것때문에 다음날은 강행군을 하기로 맘을 단단히 먹었습니다.

 

 

 

텐덤 아일랜드의 세부명칭(출처: http://www.hobiecat.com)

 

2일

 

저녁 8시 30분에 취침하고 새벽 6시에 일어나 밥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총 4일간 먹을 것으로 김치와 베이컨을 준비했습니다.

 

베이컨의 경우 소고기 부채살을 40도에서 24시간 훈연하고 한끼 먹을 양씩 나눠서 진공팩에 담아왔습니다. 기본 럽은 마늘, 집에서 기른 허브들과 유기농 후추(후추를 멀리 호주에서 보내준 내 친구 카일에게 무한 감사.)를 넣었습니다.

 

 아침으로는 베이컨 오믈렛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같이 간 울뚤래기 형님도 입맛이 까다롭지 않아 다행이었지요.

 

 

 

 

 

 

 

보기엔 이래도 꽤 맛있습니다. ㅎ

 

 

 

 

 

 

아침 8시 출발, 잔잔한 바다와 약 2m/s의 미풍에 즐거운 마음으로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거가대교다~~~~~

 

 

지난 달 행복한 카약 피싱 클럽(http://cafe.daum.net/mylovekayak?t__nil_cafemy=item) 정모로 거제도를 갈 때 차로 거가대교 위로 건넜는데, 이번에는 아래로 건너니 그 때완 사뭇다른 느낌이더군요. ^^

 

 

 

 

 

 

 

 

 

 

 

 

 

 

 

바다가 호수 같습니다. 어찌나 조용한지....

 

 

 

 

 

 

 

 

 

 

 

 

 

 

 

 

오전 11시가 되자 바람이 슬슬 터지기 시작합니다. 역풍이 불어오면서 다시 항해가 힘들어 집니다.

 

 

 

 

 

 

아래 그림은 GPS 데이터를 구글맵에서 본 것인데, 붉은 실선이 제가 지나간 트랙입니다. 거가대교를 지나 라인이 점점 지그재그로 그려진 것이 보이지요? 네..바람을 거슬러 올라가는 태킹의 흔적들입니다.

 

같은 역풍이라도 목적지 방향이 태킹을 안해도 되는 방향에 있다면 참 편하고 좋은데, 이날은 계속 태킹에 태킹을 하며 바람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ㅜㅜ

 

요트로 일본, 울릉도, 제주도 등 많은 곳을 항해한 세일링의 고수 울뚤래기 형님은 저 멀리 외해로 빠져나가 한 번의 태킹으로 목적지에 도착할 요량으로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 상태였고, 저는 전화기가 바다에 빠지는 사건으로 무조건 약속장소인 거제 요트학교로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제의 침수 사건으로 해치를 비닐로 보강을 해 놨지만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해 안전을 생각해서 바람은 약하나 파도도 안치는 상대적으로 잔잔한 연안을 따라 항해하기로 루트를 정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노란색 Good 구간은 내만이라 파도도 없어서 장판같은 바다를 시속 4km/h의 속도로 천천히 전진할 수 있었습니다.)

 

 좌측 그림의 하단부 파란색 부분은 최악의 바다였는데, 무지막지한 외해의 격랑(激浪)과 역풍이 항해를 방해했습니다.

 

계속 태킹에 태킹을 연속적으로 하며 거슬러 올라가는데,  바람의 방향이 주위 산을 통과하며 계속 바뀌는 통에 진행 방향을 잡기가 힘들었습니다.

 

 각도가 제멋대로 였고 거기다 조류마저 엉망으로 흘러 제자리를 계속 왔다 갔다하는 경우도 많았지요.

  

몇 번이나 포기할까 고민 했지만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마법의 주문처럼 되뇌며 전진하였고 마침내 거제 요트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아...살았다.....

 

 새벽 6시에 아침 식사를 하고 오후 4시까지 암 것도 못 먹고 목적지에 도착....살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더군요.

 

 

거제 요트학교의 직원분들이 강한 바람과 조류가 강한 날 작은 카약으로 그까지 왔다는 것을 신기해하며 정박을 도와 주셨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울뚤래기 형님의 소식을 물었지만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 다이어리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보려 방수백을 여니 물이 한가득입니다. -_-;;

 

아이패드 64g, 카메라와 고가의 렌즈 2개, 하루 전에 미국에서 날라온 새로 산 방수 캠코더용 LCD까지 몽땅 바닷물에 고장이 났습니다. OTL

 

 

그래도 외해로 나간 형님의 안전이 걱정되어 전자부품들은 던져버리고, 울뚤래기 형님의 전화번호를 찾기 위해, 행복한 카약피싱 클럽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이리저리 전화를 돌립니다.

 

겨우 통화가 되었는데, 제가 안 보여서 카약이 물에 빠진 건 아닌가 걱정으로 이수도로 다시 돌아가서 근처 방파제마다 들어가서 일일이 확인을 하고 계셨다고 합니다. "다행이다, 다행이다.."를 연발하시면서 말이죠.

 

제 전화를 받고 울뚤래기 형님은 거제 요트학교까지 택시를 타고 오셨고, 우리는 여기에서 일박을 하게 됩니다. (기다리는 동안 전화와 컴퓨터 샤워실을 제공해주신 거제 요트학교 관계자분들께 정말로 감사의 인사를 글로나마 전합니다. 덕분에 모진 파도와 바람에 체온이 떨어져 덜덜 떨리던 몸을 녹일 수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 형님이 사주신 위로 회(?) 한 접시를 먹으며, 전자 장비의 침수로 인한 손실로 여행에 대한 흥이 깨져버리고, 다음날의 풍향도 여전히 역풍이라 4일안에 거제도 일주를 하기가 힘들 것으로 판단하여 마산으로 돌아가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이 사진은 거제요트학교 사진게시판(http://www.geojeyacht.co.kr/_prozn/_system/bbs/view.php?bid=tb_bbs5&no=122)에 있는 제 사진입니다. 요트학교 관리자분께서 제가 도착할 당시에 찍어주신 사진인데 게시판에 올라와 있네요. ^^ 이 때만 해도 살았다는 안도감에 저리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는데...ㅋㅋㅋㅋ

 

(요트학교의 메인 요트로 사용되는 것이 울뚤래기 형님이 사용하던 요트[아래 거제 여차몽돌 해수욕장 정모의 사진]인데, 나중에 들리실 일이 있다면 찾아 보십시오. 또한 거제 요트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여름 특별 행사로 요트 무료 교육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시면 홈페이지를 들려보시면 되겠습니다.)

 

예전 여차몽돌 거제 해수욕장에서 카약피싱할 때의 사진.

 

 

 

3일

 

마지막 날 새벽 4시,

 

컵라면으로 식사를 떼우고, 마산으로 돌아가는 길이 평탄하기만을 기원했습니다.

 

외해로 나오니 어제까지의 거친 바다가 거짓말처럼 평온한 모습을 보입니다. 거기다 바람은 뒷바람으로 4km/h의 속도가 날 수 있게 카약을 밀어 주었지요.

 

 

 

이 그림을 보십시오.

 

카약으로 지나온 길이 얼마나 깨끗하고 안만한지...ㅠㅠ

 

정말 행복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면 마산이 아니라 세계 여행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ㅎㅎ

 

 

전 날, 역풍을 뚫고 지나왔던 라인과 뒷 바람을 맞으며 전진한 라인은 형상부터가 다릅니다.

 

앞바람일 때는 선두에 부?히는 포말과 파도를 다 뒤집어 써야 하지만 뒷바람일 경우 포말들이 바람을 타고 진행방향으로 날라가기에 파도도 별로 강하지 않고 물이 튀는 일도 없지요.

 

느낌은 가만히 있는 것 같은데도 gps를 보면 4~10km/h의 속도로 계속 전진하는 겁니다.

 

 

 

 

 

 

 

 

 

 

 

 

 

 

 

 

 

 

 

 

 

 

 

아랫 사진은 전날의 처절한 태킹의 흔적들과 돌아올 때의 평탄했던 라인을 같이 겹쳐 놓은 겁니다.

 

 

 

 

 

울뚤래기 형님의 카약을 정박해 놓은 이수도 앞 작은 방파제에 도착해 간단히 점심을 먹고 다시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이수도에서 거가대교까지 완전히 바람이 불지 않아 미라지를 발로 저으며 나아가야 했는데, 정말 힘이 들었습니다.

 

시쳇말로...죽음...입니다. ㅜㅜ

 

다행히도 거가대교를 지나면서 바람이 불어줘서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었습니다.

 

거가대교 아래는 섬 사이를 통과하는 바람이 모여 제트기류가 형성되어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카약이 돌진해서 짜릿할 정도였지요.

 

이 때도 제 텐덤 아일랜드의 러더가 진행하는 속도를 버티지 못해 방향이 틀어지지 않아 세일을 풀어 속도를 낮추고 방향을 조절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호비사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 놓으려고 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거가대교를 지나 마산까지 돌아오는 길엔 큰 배들이 지나가는 항로가 있습니다. 저는 이 항로를 "위대한 항로"라고 불렀는데, 엄청난 크기의 군함이나 상선들이 이 항로를 통과하는데 그 압도적인 크기에 경외감마저 들었습니다.

 

이 큰 배들마저도 외해로 나가면 나뭇가지와도 같은 왜소한 존재로 변해버린다는 생각에, 정말 작디 작은 카약으로 어찌보면 정말 긴 구간이지만 또 짧은 구간일 수 있는 우리의 여행이 나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는가 하나하나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워킹으로 낚시를 할 때 드넓은 해안에 점 하나를 찍는 느낌이 싫어 더 넓은 포인트를 옮겨다니며 낚시를 하기 위해 호비 아웃백 카약을 샀지요. 워킹과는 다른 바다 어디든 연안을 누비며 10km 정도를 돌아다니며 행복해 하던 제게 욕심이 생겼습니다.

 

더 넓은 거리를, 보다 빠르면서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이동하면 낚시가 더 편해지고 잘 되지 않을까 싶어 호비사의 아일랜드 카약을 구매했지만 이제는 원래 목적인 낚시가 주가 아니라 세일링의 기쁨이 더 커져버렸습니다.

 

 

마산에서 거제 요트학교까지 직선거리 약40km의 구간, 이틀 동안 피를 토하며(?) 풍상을 거슬러 올라갔는데, 돌아오는 길엔 8시간만에 돌아왔습니다.

 

 

3일간 총 100km 남짓한 거리를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여행을 했는데, 이 거리를 제트스키로 왕복하려면 아마 40만원 상당의 기름을 소모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얼마나 빠르게 이동하느냐는 어찌보면 중요한 요소지만 이제는 어떻게 이동했는가라는 것도 고려 해야할 요소가 아닌가 싶습니다.

 

마치, 동네에서 생산된 이동거리가 짧은 생산물을 소비하는 것과 저 멀리 몇 백 킬로가 떨어진 곳에서 온 음식을 식탁에 올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일부 국가의 경우 판매되는 제품에 이동거리를 표기하도록 권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제는 소비자들이 더 환경에 도움이 되는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하나의 장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여 총 2박3일간의 거제도 여행의 후기를 마칩니다.

 

 

호비 아일랜드나 카약으로 장거리 여행을 할 때 주의할 사항을 종합해서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해치와 카약의 물빼기 구멍의 패킹 확인.

2. 방수 철저.

3. 짐의 간소화.

4. 무게 중심을 균등하게 배치하여 카약에 적재.

5. 비상 연락망을 코팅해서 들고 감.

6. 방수 무전기 또는 방수 케이스에 넣어 들고 감.

7. 카약 안에 공기 튜브형 구명조끼를 여분으로 넣어 둠.

8. 방파제에 정박할 때 배의 손상을 막기 위한 소형 앵커 준비.

9. 구간을 짧게 나눠서 모인 후 이동하는 루트를 계획.

10.각종 카약 장비의 체크, 특히 아일랜드의 경우 세일의 이상 유무와 러더의 텐션이 적절한가를 꼭 체크할 필요가 있음.

11. 텐덤의 경우 혼자 뒷 자리에 앉을 때는 미라지 구멍을 막아야 함.

12. 낚시 장비는 한대만...(이동에 중점을 두면 트롤링 밖에 못 함)

 

 

 

요트와 호비 아일랜드의 성능 비교.

1. 아일랜드 카약이 요트에 비해 세일링 속도는 1.2~1.5배 더 빠름.

2. 무풍지대에 들어갈 경우 미라지로는 탈출하기가 힘이 듬.

3. 요트에 비해 바람의 영향이 바로바로 전해져서 더 직접적임.

4. 장거리 여행 시 식사나 화장실 사용을 위해 정박해야함.

5. 크로스 홀더로 풍상을 거슬러 올라갈 경우 요트의 경우 45도 가까이 올라가지만 아일랜드 카약의 경우 60도로 벌어짐.(메인 킬과 러더의 디자인이 바뀐다면 효율이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6. 가장 큰 차이인 차에 싣고 이동할 수 있고 관리가 요트에 비해 너무나 간편함.

7. 100km 내외의 여행, 대피할 연안 가까이에서 세일링을 한다면 아일랜드를 강추, 외해에서 장거리로 여행을 해야 한다면 당연히 요트!!!

 

 

 

 

 

마지막으로 이번 여행의 동영상을 링크겁니다.

마산-거제도 투어 동영상 보러가기

출처 : 긍정의 힘, 삶을 즐기자.
글쓴이 : 칼라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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